전철 1호선 성환역은 평택과 직산을 잇는 역으로 천안에 도착하면 처음으로 만나는 곳입니다. 2005년 1호선이 운행되면서 접근성이 더 쉬워져 수도권에서 전철을 타고 성환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배꽃이 피는 4월이면 천안 명소 중 제9경인 왕지봉 배꽃 길을 걸어보는 천안 시티투어가 한시적으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성환역 1번 출구로 나와 약 9분 정도 걸어가면 성환이화시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성환의 100년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성환이화시장은 매월 1, 6일에만 장이 서는 오일장입니다. 오일장은 주로 교통의 중심지에서 열리던 지방 시장으로 일정한 날을 정해 장이 서는 정기시장이었습니다. 조선 후기 상업이 발달하면서 전국적으로 오일장이 증가하였고, 장마다 체계화된 유통망을 연결해 주던 것이 보부상의 역할이었습니다.
장날을 맞은 성환이화시장은 평소 모습과 180도 달라져 있어 장날이 아닌 날 이곳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이라면 놀랄 정도입니다. 상시로 열리는 시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추억과 생동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조금 색다른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장날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방문한 성환이화시장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빠질 수 없는 제철 과일 수박은 물론이고, 직접 농사지은 채소와 곡식들로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여름 하면 콩국수를 안 먹고 지나갈 수는 없습니다. 다른 곳은 콩을 갈아서만 주기 때문에 뚜벅이 여행자는 구매해서 가기 어려운 것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성환이화시장에서는 콩물가루를 팔고 있어서 부피도 작고 쉽게 상하지 않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어떻게 먹는지 설명도 찬찬히 해주셔서 더 좋았던 구매후기였습니다. 콩국수로도 좋지만 미숫가루처럼 타서 마셔도 더 고소하고 맛있었습니다.
일단 콩물가루를 구입하고 시장 구경도 식후경이라며 뭘 먹을까 둘러보았습니다. 하지만 성환이화시장에 오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순대타운이 있으니까 말이죠. 별다른 상호도 없이 단순하게 첫 번째 집부터 다섯 번째 집까지 순대타운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메뉴의 식당도 있지만 성환이화시장에서는 꼭 순대국밥을 맛보고 가셔야 합니다.
성환이화시장 순대타운은 장날 전날과 장날에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옛 모습 그대로 간판도 없이 장사를 하고 있는 이곳의 이름은 여전히 첫 번째 집... 다섯 번째 집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제가 먹어본 결과 몇 번째 집을 가도 진한 국물이 담겨 나오는 순대국밥의 맛은 차이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자리에서 장날마다 보아온 손님들이기에 상호를 보고 들어온다기보다는 친척 집에 놀러 온 듯 서로 얼굴을 보며 안부를 묻고는 자리에 앉습니다.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메뉴를 가져다주며 아팠던 곳까지 걱정을 해줍니다. 순대국밥 한 그릇에 맛과 정이 듬뿍 담겨 나옵니다.
순대국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니 이제서야 시장의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옵니다. 성환이화시장은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예술 콘텐츠로 요즘 사람들에게는 미술관을 품은 예술시장이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담벼락에 그려 넣은 벽화, 타일과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민 보부상의 모습, 그리고 가게의 상호조차 예술 작품처럼 만든 간판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경로당 옆 쓰레기로 채워졌던 빈 화단을 이룸 공원을 만들어 포토존과 쉼터를 조성해 성환이화시장의 명물이 되고 있습니다. 성환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배입니다. 이룸 공원에는 맛있게 먹고 남은 배조형물과 소원의자를 설치해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수도권에서 전철을 타고 오다 보면 제일 처음 충남 천안에서 만나는 첫 번째가 성환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1호선을 타면 약 1시간 30분이면 성환이라는 다른 지방을 쉽게 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전통 오일장과 현대적인 예술시장이 공존하는 곳, 100년 전부터 전해내려오는 순대국밥 맛을 볼 수 있는 곳 성환이화시장으로 여름휴가 계획 잡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뚜벅이 여행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성환이화시장입구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성환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