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금) 천안시휴양과에서 주관하고, 온숲에서 주최하는 '문화와 생태이야기가 있는 숲길 걷기'에 다녀왔습니다. 5월 초 매주 금요일마다 천안의 역사와 함께 한 태조산, 광덕산, 은석산, 직산 성산, 태학산을 대상으로 숲길을 걸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문화와 생태라는 단어만 들으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 4회차 직산 성산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오전 10시 직산현 관아에 모여 출석체크를 한 후 문화해설사가 동행해 전문적인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곳은 관광객들의 이해와 감상을 돕기 위해 문화해설사가 상주해 있습니다. 해설 서비스 시간은 토, 일요일 포함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미리 전화 예약을 하면 문화 유적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직산현 관아 앞 문화 관광해설사의 집
직산현 관아는 조선시대 지방행정관청으로 건축연도는 알 수 없지만 건물의 구조와 배치 등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이층으로 된 외삼문에 적힌 현판을 읽어보면 어떤 곳인지 한마디로 알 수 있는데, 호서계수아문이라는 글자는 호서 땅을 밟는 첫 지점이라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외삼문은 열두 개의 석주 위에 목조로 세워져 있고, 문루 아래로 사람이 출입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높은 건물이 없었던 시절 전망이 좋은 문루에 올라 많은 선비들이 한양을 오가며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외삼문 현판 '호서계수아문'
그리고 중앙의 지방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관아에는 공통적으로 객사와 관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관아는 고을 수령이 공사 업무를 처리하는 동헌과 수령이 거주하던 아사 등이 있고, 객사는 세동을 지어 한동은 전패를 안치하고, 양쪽에는 빈객 접대와 사신의 숙소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전패는 대궐 전(殿) 자를 새긴 위패로 왕의 탄신일이나 외출 후 돌아와 문안을 드리는 등 조선의 왕을 상징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조선말 고종 때 전패를 안치한 한동을 교육기관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전패를 안치하던 객사
외삼문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있는 내삼문은 왼쪽은 3칸, 오른쪽은 5칸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모두 창고로 쓰였던 곳이라고 합니다. 내삼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현감이 업무를 보던 외동헌이 있습니다. 앞에 있던 외삼문과 객사의 기둥이 원형인데 비해 동헌의 기둥은 사각이며, 대청마루가 우물마루로 튼튼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안쪽에는 현감의 살림집이었던 내동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홍살문은 사라지고, 객사의 자리는 현재 직산 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양쪽이 창고로 사용되던 내삼문
▲현감이 업무를 보던 동헌
▲현감의 숙소였던 내동헌
직산현 관아를 나와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직산 향교로 향했습니다. 마늘 골목 담벼락에는 동화책을 펼쳐놓은 듯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걷는 길을 재미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동화책을 펼친 듯한 마을 벽화
유교문화의 대표 건축물인 직산 향교 앞에는 붉은색의 홍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주로 신성한 구역을 나타내기 위한 표시이며, '대소인원개하마'라고 적힌 하마비를 세워 여기에서부터는 대소인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 걸어가도록 하였습니다. 만약 말에서 내리지 않으면 벌을 내렸다고 합니다.
▲직산 향교 앞 홍살문
▲'대소인원개하마'라 적힌 직산 향교 하마비
입구는 삼문으로 되어있고, 동쪽으로 들어가서 서쪽으로 나와야 하며, 가운데 문은 관아에서는 현감만이 드나들 수 있었지만 향교의 가운데 문은 신이 드나드는 곳으로 사람은 오갈 수 없는 문이라고 합니다.
▲직산 향교 삼문
향교안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명륜당이 있고,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나옵니다. 이곳은 강의를 진행하던 곳으로 지방의 공립학교에 해당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양쪽에는 동재와 서재가 서로 마주 보며 배치되어 있습니다. 동재는 둥근 주춧돌 위에 세워져 있으며, 서재는 1997년 복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명륜당
▲서재
▲동재
그리고 뒤쪽에 배치된 대성전은 가장 높은 곳에 배치해 놓고 있습니다. 대성전에는 공자를 비롯해 위인들의 위패를 봉안해 놓고, 현재에도 봄과 가을에 석전제를 지내는 곳으로 유학의 상징이 되는 곳입니다. 향교는 본래 교육적 기능이 우선이었으나, 조선 후기에 이르러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점차 제례 기능이 더 중시되었다고 합니다.
▲대성전
향교 옆 온조왕 사당 앞에 섰습니다. 백제 건국 시조 온조대왕을 위해 건립되었으며, 봄과 가을에 직산 향교 주관으로 숭모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직산의 문화재 관아, 향교, 온조왕 사당까지 문화해설사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역사에 새롭게 눈과 귀가 떠졌습니다.
▲온조왕 사당
온조왕 사당까지 역사의 옛이야기를 들었다면 지금부터는 산림교육전문가와 함께 직산의 생태이야기를 들어보러 갑니다. 직산 군서리와 군동리의 접경 지역에 있는 176m의 성산을 둘러싸고 있는 사산성이 있는 곳입니다. 성산으로 가는 길에 선비를 상징하는 회화나무와 동전을 닮은 느릅나무 그리고 오디가 까맣게 익어가는 뽕나무 등 다양한 나무의 설명을 듣다 보니 성산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회화나무
▲느릅나무
▲뽕나무
성산 숲길을 걷기 전 해충방지제도 꼼꼼하게 뿌리면서 준비를 합니다. 초여름 성산의 숲은 소나무와 아까시 나무가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벌거숭이산에서 가장 먼저 자라는 나무가 아까시 나무였기 때문에 선조들이 가장 먼저 심었던 나무라고 합니다.
▲아까시나무 아래 체험객들
▲가장 먼저 싹을 틔우는 아까시나무
다시 소나무 숲을 따라 완만한 능선 길을 걷다 보면 사직단 터가 나옵니다. 성산에는 사직단, 여직단, 성황당 터 등이 있다는데, 땅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사직단 터만 볼 수 있었습니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성산 걷기
▲성산 사직단 터
쥐똥나무 꽃의 달달한 향에 취해 성산을 다시 오릅니다. 오르다가 갑자기 나타난 안내판에 직산 사산성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숲이 우거져서인지 산성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오르니 정상 이정표가 나옵니다. 더 올라가고 싶었지만 일행들 중 산행이 힘든 분들이 계셔서 성산을 내려왔습니다.
▲쥐똥나무 꽃
▲성산 숲 걷기
▲직산 사산성 안내판
역사와 문화, 생태의 옛이야기까지 직산의 성산 숲길 걷기로 머리를 채운 후 이번에는 배를 채우기 위해 성환 이화시장을 찾았습니다. 차로 8분~10분 거리에 위치한 성환 이화시장은 오일장입니다. 매월 1, 6일이 들어간 날 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천안 하면 순댓국이 대표 먹거리인데, 성환 이화시장 장날이면 장 보러 왔다가 순대 국밥 한 그릇 먹고 가는 게 정해진 코스입니다. 장날은 아니었지만 문을 열고 있는 순대 국밥집이 있어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성환 이화시장
▲천안 대표 먹거리 순대 국밥
그동안 성산과 직산의 문화재를 자주 다녔지만 이렇게 상세하게 설명을 들으면서 걷다 보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알찬 숲 여행이 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여름에도 걷기 좋은 성산에서 오감을 만족시키는 숲길 걷기 여행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문화 관광 해설사 안내(천안시 홈페이지 참조)
https://www.cheonan.go.kr/tour/sub03_02.do
직산현 관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군서 1길 59-8
041-583-5431 |
